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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1월 25일
그날 저녁, 루시아의 별장에선 우연히(주사위 운이 없는 비수) 아린과 가현 사이에 앉게 비수는 가시방석에 앉은 표정으로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아아, 덥다. 그런데 에로에로남이 있어서 재킷을 못 벗겠네." 라면서 비수가 보지 못할 정도의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실수인걸 아는 아린과 가현은 비수가 처음 저질렀을 땐 수치심에 못 이겨 화가 난거였지만, 살다보면 이런 우연도 있다는 생각을 하며 이미 용서는 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비수 본인은 그 이야기를 못 들어 고개를 숙이고 있지만. 덕분에 복수를 하자는 차원에서 아린이 슬슬 장난을 시작한 것이었다. "그러게~" 그에 동조하는 가현. 비수의 고개는 더욱더 숙여졌다. "그만 하지 그래?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 그 모습을 보던 유현이 요리가 끝난 음식을 식탁위에 올려놓으며 두 사람에게 말했다. "실수라도 잘못한 거잖아?" 어깨를 들썩이며 유현에게 대꾸한 아린은 자리에서 일어나 요리를 하고 있는 레밀리아 근처로 가버렸다. "에휴..." 아린이 장난중인걸 눈치 챈 유현은 한숨만 푹 쉬며 다시 주방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비수는 가시방석에 앉아 밥을 먹는 둥 마는 둥하며 식사시간을 마쳤다. 다함께 먹은 그릇을 치우고 정리 한 다음 적당히 휴식을 취한 일행은 낮에 열심히 놀았던 여파인지 각자의 방에서 쉽게 잠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비수는 여전히 찝찝한 기분이 남아 있는지 잠을 이룰 수 없었고 결국 밖으로 나와 바다가 보이는 절벽 근처에 앉았다. "에휴....왜 이러니. 나..." 낮에 있었던 일을 회상하며 고개를 흔드는 비수. 왠지 괜히 따라왔다는 생각마저 들기까지 했다. -저벅저벅 조용하던 뒤에서 들려오는 발소리에 놀란 비수가 획 하고 돌아보자 거기선 슬리퍼를 신고 다가오는 아린인지 가현인지 둘중 에 한명이 다가오고 있었다.[리본 방향에 따라 구분하지만 지금은 매고 있지 않음] "안 자?" 반말을 툭하니 던지는 모양새를 보아하니 아린으로 생각 했지만 "낮에 있었던 거라면 신경 쓰지 마. 아린도 단순히 장난으로 그러는 거니까. 좀 과도한 실수이긴 하지만 이해 못하는 건 아냐." 가현의 말에 비수의 걱정은 조금 수그러들었다. "아, 저, 그....미안." "으응, 신경 쓰지 말라니까." 고개를 저으며 비수 옆에 앉아 바다를 내다보는 가현에게서 묘한 분위기가 흘러나왔다. "줄곧 크리드랑 나랑 아린이랑 셋이서 의지해오다 보니까 아린은 다른 사람들에게 쉽게 본심을 말하진 않아. 그게 서툴러서 장난을 치는 거고. 그러니까 마음에 상처를 받지 않았으면 해서. 혼자 나가는 모습이 무척 안쓰럽더라." 안쓰럽다는 소리를 들은 비수의 가슴은 따뜻해지는가 싶더니 모래성이 파도에 휩쓸리듯 엄청난 좌절감이 그 기분을 몰아냈다. "어라? 내가 말실수 했나?" 비수의 기분을 읽은 가현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아니, 그냥 뭐...." "그렇다면 난 들어가 볼게. 그리고 보이는구나. 안경덕에..." "아, 이거? 응, 관리센터 덕분이지." "소중히 간직해. 보인다는 건 좋은 거니까." 조금 씁쓸한 뒷모습을 보이며 들어가는 가현, 비수는 가현이 사라질 때 까지 계속 주시하고 있다 자리에서 일어나 안으로 들어갔다. 다음날 아침, 눈부신 햇살에 일어난 비수는 부스스한 머리를 긁적이며 안경을 찾아 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신이 가장 늦게 일어난 건지 다들 보이지 않았다. 비수는 일행들을 찾으러 밖으로 나가려고 문을 여는데 -쾅! 엄청난 충격음과 털썩하는 소리에 문 뒤를 살펴보니 크리드가 코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그리고 강하게 부딪쳤는지 지금 당장 일어날 것 같아 보이지 않았다. “아....” 일을 저지른 그 자리에서 벗어나 완전범죄(?)로 만들어버렸다. 그리고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으로 향했을 때 유현이 계단 밑을 보며 누군가를 노려보고 있었다. “부회장(윤)! 기다리라니까! 아, 진짜!” 비수는 그냥 지나치고 내려가려는 데 먼저 윤을 쫓아 내려가려는 유현이 몸을 돌렸다. 그때였다. “꺄악!” -쿵! 유현의 허벅지까지 내려오는 그 긴 머리가 계단에 닿은 줄도 모르고 있던 비수가 그것 밟아, 급히 내려가려던 유현이 넘어지면서 계단에 넘어진 것이다. 다행히 엉덩방아만 찧는 정도로 끝났지 모서리에 머리를 박았다면 끔찍한 결과를 초래했을 것이다. 어찌되었든 그 일이 벌어지게 만든 장본인인 비수는 멍하니 그 자리에 서있었다. “들어!” “어?” “발을 들란 말이야!” “아!” 그제야 정신 차린 비수는 유현의 머리칼을 짓밟고 있던 발을 얼른 치웠다. 유현은 갑자기 머리를 당겨진 아픔에 뒷머리를 잡으며 내려갔다. “부회장! 기다리라니까!” 그런데 반응은 일상인 것처럼 비수에게 뭐라 하지도 않고 바로 내려갔다는 게 다행. “하아, 오늘따라 왜 이러지...” 비수는 그렇게 한숨을 쉬며 방금 전 두 사건을 자책했다. 한편 윤을 쫓아간 유현은 밖으로 나갔다. 윤은 유현이 쫓아오는데도 걸음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계속해서 걸어갔다. “기다려 달라니까!” 참다못한 유현이 사정하듯이 말하자 윤이 돌아봤다. 그리고 귀에 꽂았던 이어폰을 빼면서 유현을 보더니 살짝 놀라 눈치다. “언제 왔어?” “아까부터 어디 가냐고 물었잖아.” “아, 잠깐 바람 쐬러.” “금방 와. 별장 정리 겸 놀러 온 거니까.” “알았어. 금방 갈게.” 할 말을 다 전한 유현은 돌아서서 별장을 향했지만 윤이 어깨를 잡아당기는 바람에 다시 돌아서야 했다. “왜?.....무, 뭐하는 짓이야!” 갑자기 유현의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맞대는 윤. 유현이 밀어내려 애썼지만 일반적인 힘이 윤에게는 부족한 탓에 그 자세로 몇 초간 서 있었다. “이상 없음. 회장은 바닷가 오면 다음 날에 늘 감기 걸리잖아?” “그건 어릴 때 이야기잖아!” 얼굴이 붉어지며 소리치는 유현을 뒤로 한 채 윤은 못들은 척 뒤돌아서서 가던 길을 마저 걸어갔다. 투덜거리며 별장으로 돌아온 유현이 가장 먼저 본 것은 눈이 핑핑 돌면서 모래사장에 쓰러져있는 에리나와 루시아, 머리를 긁적이며 둘을 보며 서있는 레밀리아 그리고 얼굴이 새파래진 비수였다. “무슨 일이에요. 엄마?” “이 녀석이 또 사고 낸 거지.” 비수를 가리키며 말하는 레밀리아. 이어서 플라스틱 물통을 가리키며 “내가 시킨대로 비수가 저걸 밖으로 던졌는데 물건 사러 가던 얘네 둘의 머리에 정확히 맞춘 것뿐이야. 근데 기절할 정도면 꽤 충격이 컸나 봐.” 유현은 어깨를 늘어트리며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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